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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추천)) 뮤지컬 "식구를 찾아서"

酒有所 2012. 6. 25. 10:10

일시: 2012년 6월 24일 늦은 7시. 장소: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 동행인: 비월, 바람풍, 까꿍이, suek, 코샘, 세라피나 

사진출처 - mj플래닛

 

食口 - 사전적 의미로 밥을 같이 먹는 사람, 같은 집에서 살며 끼니를 같이 하는 사람

얼마나 못 먹고 못 살았으면 밥 같이 먹는 사람을 가족의 개념으로 생각했을까요?

 

윗 사진은 여러장면중 가장 눈시울을 붉게 만든 장면입니다..

 

내 어머니 세대의 두 할머니가 얘기 합니다.

인감도장 가지고 있으면 자식이 자기를 찾아온다고 떠벌이고 다니지만 실상은 인감도 새로 만들수

있고 자기를 버린것도 알고 있지만 친어머니가 아니라서 그럴거라고 스스로 자위하는 지화자 할머니

 

딸이 10살때 돌림병으로 죽고 없던 살림이라 잘 먹이지도 못한게 천추의 한으로 남아서 그런지

버려진 동물들 돌보고 갈곳없는 지화자 할머니를 자신의 보금자리로 이끄는 박복녀 할머니

(딸이 적은 일기장에 오늘 만두국 먹었는데 맛있었다 더 먹고 싶다는 말에 할머니는 한참이나 멍해집니다)

생각하니 또 눈물날라 그래요 휴~

 

사진찍는데 모양 안 나온다고 화장해 주고 목이 훤하다고 목에 스카프를 둘러매준 사람..

자신은 찢어진 우산쓰고 타인에게 멀쩡한 우산 주면서 눈깔사탕 입에 넣어 주는 사람..

 

주름 깊게 패인 할머니이지만 서로의 눈을 마주 보면서 그렇게 말합니다..

"넌 아직 예뻐" 라고.. 제가 봐도 정말 이쁩니다~

 

피를 나눈 지간도 아닌 남도 내 삶의 일부가 되는 순간이에요.

사진출처 - mj플래닛

 

두 할머니의 이야기를 주된 축으로 박복녀 할머니의 집에 얹혀 사는 고양이, 닭, 개 등이 있습니다..

 

임신한 가정에서 고양이 털 날린다고 버림받은 냥이..

개장수 꾐에 빠져서 잘못 잡혀갔다가 탈출한 몽이..

그러고 보니 닭의 사연은 빠졌네요~

 

만날 예전 살던 곳 보다 못한 음식이 나온다고 투덜되고 참치캔 하나만 줬으면 하지만

그래도 갈곳 없는 우리들을 보살펴 주는 할머니 좋아할수 밖에요. 할머니가 좋아요

 

이 세마리 동물들이 노래와 웃음, 춤등 뮤지컬적인 모습을 많이 보여줍니다.

 

관객들에게 억지로 웃음과 울음을 만들어 내게 하는 그런 공연들이 있습니다.

 

이 공연은 그런 공연들과는 다른 어디서 들어봤음직하고 자연스런 웃음과 눈시울 붉게 만드는

괜찮은 뮤지컬이었습니다..

 

두 할머니의 관계설정이 좋았고 눈에 보이는 억지 울음 만들어 내는 신파적(?)인 모습으로 풀어가지 않아서

더 좋았던 것 같습니다.

 

배우들이 극에 녹아드는 훌륭한 연기와 그에 뒷받침 되는 극본과 연출등 나무랄데 없는 좋은 뮤지컬이었습니다.

가족 관객들이 많았고 부모님과 함께 보길 적극 추천하는 바 입니다..

 

누가 이 극을 썼고 연출을 했을까 했었는데,

이 뮤지컬의 극본과 연출은 뮤지컬 빨래에서 희정 엄마역으로 출연했던 오미영씨가 다큐멘터리를 보다가 영감을

얻어 적었다고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