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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추천)) 연극 "궁리"

酒有所 2012. 6. 4. 23:56

왕의 직접 통치 보다는 사대부를 통한 정치 - 정도전..

내가 만든 나라인데 왜 다른 이를 시켜서 정치를 해야하는가 - 이방원 

 

이방원의 피의 숙청이 지나고 태평성대를 구가하던 세종시대..

 

세종이  지방행차도중 수레가 빠져 오도가도 못한 상황에서 그 제작에 관여했던 장영실과 그 주위사람의

잘못을 부각시키면서 극은 시작됩니다.

(실제 역사서에서는 1442년 세종24년 임금이 타고 가던 수레(연)가 부서진다. 제작에 참여한 장영실은 옥사에

갇혀 태형 80도를 맞고 행적을 감춘다.)

 

 

연극은 무대예술이다..

 

그 말이 이 연극에 딱 들어 맞을겁니다..

무대장치와 의상들이 좁은 공간무대의 제약을 뛰어 넘어 아주 훌륭히 잘 만들어냈습니다.

(앞자리를 좋아하지만 무대 단상이 높다고 들어서 일부러 2층 첫번째 자리 구했는데 좌석이 좋았습니다.)

(매표소 안내하시는 분도 좋은 자리 구하셨다고 그리 말씀해 주시네요 ㅎㅎ~)

 

춤은 예전 코러스 오이디푸스의 강한 춤사위가 아닌 흐느적거리는 그런 춤사위..

북소리는 얼마전 본 연극 "푸르른 날에"의 그 긴장감을 다시금 느끼게 해 줬습니다..

 

 

장영실의 해시계를 연상시키는 이태섭의 무대, 과거와 현재를 잇는 이유숙의 의상,

웅장함과 세밀함을 갖춘 최우정의 음악, 물질성을 움직임으로 풀어낸 김남진의 안무 등 잘 어울렸던 한 마당이었어요..

 

 

다른 사람들의 평이 있었던 초기에 좀 지루한 부분이라는게 사간헌 신하들과 세종과의 논쟁일겁니다.

 

유교국가에서 불교 행사와 천민출신 장영실에 대한 징계등 여러 부분에 대해서 난상토론을 벌이는데

자세히 곱 씹어 보면 오늘 우리가 사는 세상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고 재밌게 들었습니다..

 

특히, 세종의 대사중 그런 말이 나옵니다..

사간헌 신하들이 왕에게 이러저런 직언을 하였다고 후세에 알려지기를 바라는 그런 알량한 마음으로  

나한테 말하는것인가?! 

 

출세의 수단으로 왕을 압박하는 모습도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알던 세종은 백성들에게 언제나 인자하고 만면히 웃음을 띠는 사람이고, 그와 함께

의정부를 이끌었던 황희 정승 또한 검소하면서 올곧은 사람이라 후세인들은 칭찬합니다..

 

그런데 결국은 사대부나 임금이나 신분제가 확고한 조선시대의 주도권이 임금이나 사대부냐의 문제이지

그게 일반백성들은 문제는 아니다고 두 사람의 대화속에서 느낄수 있습니다..

 

세종이 아들에게 왕위를 물려주기 위해서 신하들과 타협하여 장영실을 죽이고, 또한 황희 정승은 천민이

그런자리로 오르는것 조차 싫어하고 명나라의 권위에 도전하는것 자체를 별로 내켜하지 않는 인물로 그려집니다..

 

(실제로도 그랬을것 같습니다. 조선후기 평민출신 의병장이 양반출신 의병장에게 상놈이라고 욕지거리 들어면서

죽임을 당한 경우도 있다고 들었으니까요~)

 

일설에 의하면 중국인 아버지와 기생 어머니 사이에 관노로 태어나서 신분적 차별을 극복하고

농법에 필요한 여러가지 발명품을 만들어낸 천재과학자 장영실..

비운에 사라졌지만, 그 발명품등이 다른 사람이름이 아닌 장영실이라는 이름으로 후세에 알려지게 된게 다행이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이윤택 감독님의 연출.. 정말 좋았습니다^^

 

사진출처: newsculture.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