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시 한편..

酒有所 2016. 12. 2. 20:08

나무를 꿈꾸며 



땅끝에 모여사는 나무들은 
밤이면 걸어다닌다. 


설레이는 별들 물어린 눈을 뜨면 
누가 먼길 떠나는 것일까, 


때 이르게 어리는 달무리 
이웃들이 燈(등)내달아 길 밝히고 
나무들도 컴컴한 숲을 따라 걷는다. 


아무도 잠깨어 슬퍼하지 않는 밤 
반짝이는 햇빛 푸른 하늘 사람이 그리운 
나무들은 함부로 노래하고 운다. 


은빛 빛나는 톱날 같은 바람이 
우루루 여기저기 몰려다니다 


제 살을 베어내 머얼리 날려보내며 
나무 밑을 서성일 때 
수액을 떨구는 은박의 그림자와 
긴 팔을 가진 나무가 
「쉬잇 나무꾼이다」 속삭이며 
어린 잎을 잠재운다. 


가만히 숲을 흐르는 나무들의 귀엣말 
은밀하게 퍼져가는 전갈을 
차고 슬픈 시간에 
그루터기에 쌓여 가는 달빛이 듣고 있다. 


「곧 무서리가 내리겠어」 대단한 걱정거리를 두런대면서 
  


바람마다 별들이 떨고 있다. 


묵묵히 자라나는 내 이웃의 나무 
밤이면 잎을 틔우는 나무여. 
나도 수없는 푸른 잎을 매단다. 


저물도록 땅을 파고 
아득하게 흐르던 순한 강물을 당겨 
머언 땅끝까지 
캄캄히 잠든 뿌리가 깨어나고 
나는 함부로 노래하고 운다. 


알고 있을까, 나에게는 누울 곳이 없어 
맑은 날에 부끄럽게 달을 만나고 
아직 갚을 빚 많은 내가 
아무렇지 않게 밤마다 손질하는 것이 
그저 바람이며, 
제 살을 베어내 머얼리 날려보내는 것을 
글세, 알고 있을까 사람들은. 


봉우리와 봉우리를 건너뛰는 마른번개와 
그 一瞬(일순)의 광채 뒤에 숨은 
기인 고뇌의 울음이 
최후의 歎辭(탄사)처럼 
천천히 정수리로 떨어져 내림을. 


나에겐 듣는 귀가 없어 
저 기막힌 因果(인과)를 짐작하고 운다. 
새벽에 꽃 한송이 가슴에 달고 
밤새 자라 있는 나무이기 위해.








심사평 / 박두진 , 조병화



당선적 "나무를 꿈꾸며"는 일단 서정시가 갖춰야 할 정서적 기반과 거기에 따르는 유연한 표현태가 

처운하고 섬세하여 상당한 공감력을 내포하고 있어, 앞으로의 기대를 갖게 했다.





9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적입니다.





시를 몇번이나 읽어봐도 뭘 뜻하는지 정확히는 잘 모르겟습니다만,..



그냥 그 느낌으로만 보면 한없이 서정적이다 하는 느낌을 지울수 없습니다.




감수성이 예민하고 한없이 유연한 사람일것 같은 그런 느낌입니다!!

시만 읽었을때 30대 초반 여자가 쓴 글일수도 있겠다 그런 생각도 들엇습니다.






썰전에 나오는 전원책씨 글입니다.

아마추어 수준을 벗어나 시로 등단하기도 했던 꽤 글발 있던 작가 였기도 했습니다.




지금 이미지와 딴판입니다. 

자신이 보수(?)라 하지만, 예전에 발언했던 말들 종합해 보면 꼴통(?)같은 짓 많았습니다.




썰전 잼나게 보고 있지만, 

정치판에 얼쩡거리지 않고 그냥 글만 꾸준히 썼으면 어땠을까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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