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고전)) 담락당과 삼의당의 연시..

酒有所 2014. 1. 6. 18:27



相蓬俱是廣寒仙


이렇게 만난 우리는 광한궁의 신선이었으니


今夜分明續舊緣 


오늘밤은 분명 묵은 인연 이은 것이라


配合元來天所定 


부부는 원래 하늘이 정해주는 법이거늘


世間媒妁摠紛然 


세간의 중매쟁이 바쁘기만 하구나.


十八仙郞十八仙


열여덟 새신랑 열여덟 새색시


洞房華燭好因緣 


신방에 촛불 밝히는 아름다운 인연이라


生同年月居同閈 


같은 해 같은 달에 나서 같은 마을에 살았으니


此夜相蓬豈偶然 


오늘밤 이렇게 만난 것이 어찌 우연이리오





三更明月仲春花 


깊은 밤 밝은 달 봄꽃이 피었는데


花正華時月色加 


꽃이 활짝 피니 달빛도 따라 비추네


隨月看花人又至 


달빛 따라 꽃을 보는데 님도 이르나니


無雙光景在吾家 


둘도 없는 광경이 우리 집에 있구나


滿天明月滿圓花


하늘엔 달빛이 가득 정원엔 꽃이 가득


花影相添月影加 


꽃 그림자 엉킨 곳에 달 그림자 더해지네.


如月如花人對坐 


달일 듯 꽃인 듯 그대 얼굴 바라보니


世間榮辱屬誰家 


세상사 영욕은 내 알 바 아니라오



김삼의당(金三宜堂, 1769-1823)은 전라도 남원의 서봉방(棲鳳坊)에서 태어났다.
탁영(濯纓) 김일손(金馹孫 1462-1498)의 후손인 김인혁(金仁赫)의 딸이며, 삼의당은 조선 후기의 여류시인으로 18세 때 
생년월일이 똑같고 같은 마을에서 태어난 담락당(湛樂堂) 하립(河笠)의 부인이다. 


두사람 집안은 존경받는 학자 집안이었으나 경제적으로 넉넉하지 않은데다가 하립이 번번이
과거에 낙방하자 낙향하여 부부는 진안(鎭安)에 땅을 마련하여 낮에는 농사를 짓고 
밤에는 책을 읽고 시문을 화답하며 살았다 


삼의당은 평생을 유교적인 규율과 부도(婦道)를 지키며 일생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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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평론가 손철주씨는 황진이, 이매창, 김부용 같은 기생들의 지분냄새 풍기는..

양은냄비처럼 확 끓어 오르는 한시를 좋아한다고 하네요..


술자리에 친구들 불러 놓고 그런 한시 읊어주면 술값 서로 내겠다고 한다는데..


중앙일보에 책 소개편 읽다가 이 시에 대한 언급이 있길래 찾아서 옮겨 봅니다..


첫날밤 맞이하면서 남편이 아내에 대한 애틋한 정을 표현하자, 아내 또한 남편의 사랑가에 대한 화답을 한 시입니다..



같은 해, 같은 달, 같은 마을에서 태어나서 부부의 연을 맺으니 이것이 인연이 아니겠오?! 라고 말하자..


아내가 말합니다..

달인듯 꽃인듯 그대 얼굴 바라보니 세상사 영욕 없으라..


이야,.. ㅋㅎ ㅋㅎ


천생연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