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이야기

[스크랩] 나의 死亡記事..

酒有所 2011. 6. 26. 10:55

 

[이규태 코너] 자신의「死亡記事」 2000.12.10 20:01

 

일본에서 저명인사 100여명이 쓴 「나의 사망기사」에 대한 보도가 있었다. 명사가 죽으면 신문에 사망기사가 나는데, 당사자로 하여금 죽었다고 가정하고 그 기사를 쓰게 한 것이다. 자신이 살아온 일생이 그 기사에 농축되고, 못다한 미련이며 여생에 하고자 하는 일 등이 꾸밈없이 표출되어 감동을 줌직하다.

 

송나라 때 학자 주신중은 생계(生計) 신계(身計) 가계(家計) 노계(老計) 사계(死計) 등 인생 설계를 오계(五計)로 갈라 논했는데, 그 사계 가운데 하나로 유서와는 별도로 자기 인생을 농축시키고, 바랐던 일, 못다한 일 등을 써 남기기를 권하고 있다. 옛 선비들은 자신의 무덤에 세울 비석의 비문을 자신이 지어놓는 풍조가 있었는데 바로 고전판 「나의 사망기사」였다 할 수 있다.

 

퇴계 이황의 자작 비명을 보아본다. 「나면서부터 치(癡)였고 커서는 다병했다. 중년에는 어쩌다 학문을 즐겼고 늙어서는 어쩌다 벼슬을 했는데 학문은 구할수록 멀고 벼슬은 사양할수록 얽혀들었다. (중략)

근심 속에도 낙이 있고 즐거움 속에도 근심이 있는 법이었다. 조화를 따라 사라짐이니 다시 뭣을 구하리오」 했다.

 

연산군의 박해로 피범벅이 된 홍언충이 유뱃길을 떠났는데, 유배를 시켜놓고 사약을 내려 처치하는 것이 당시 관행이었다. 이에 홍언충은 사약 사자가 뒤쫓아올 것을 예상하고 자신의 무덤에 세울 묘비명을 지었다.

 

「대명천하 햇빛이 비치는 나라에 태어난 남자 그 성은 홍이요 이름은 언충이라. 반평생에 우활하고 옹졸했음은 학문의 공이다. 32세에 세상을 마치니 명은 어찌 그리 짧으며 뜻은 어찌 그다지 긴고ㅡ. 옛고을 무림에 무덤을 정하니 천추만세 뒤에 누가 이 들판을 지날는지 이곳을 가리켜 배회하며 슬퍼할 사람이 있을지라.」

 

 불의의 세상에 저항적이고 청빈하게 일생을 살았던 박수량의 무덤이 장성에 있는데 그 묘비에는 아무런 글씨가 새겨있지 않은 백비다. 비면을 가득 채우는 어떤 비명보다 많은 것을 말해주는 박수량 자신이 쓴 「사망기사」가 아닐 수 없다. 서양의 묘지에도 묻힌 사람의 일생을 일목요연하게 자신이 써놓고 죽은 묘비명을 흔히 볼 수 있는데, 현대인의 사계로 권해봄직한 나의 사망기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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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이규태씨의 칼럼부분중 일부입니다.

 

문득 그런생각해 봤습니다. 내 묘미병은 무엇으로 할것인지(?)

 

이분 글 읽어보면 모르는것이 없을 정도로 박식하고 끊임없이 이어지는 얘기에 그냥 감탄이 절로 나옵니다~ 

 

비오는 밤입니다.. 좋은 밤 보내세요~~

 

출처 : 텐인텐[10년 10억 만들기]
글쓴이 : 酒有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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