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상담신청자가 지금 회사 가까운 곳에서 전세를 사는데, 주인이 전세금을 크게 올려달라고 해서 이번 기회에 무리를 많이 해서 집을 살까? 아니면 무리하지는 말고 전세를 유지할까 하는 질문을 해왔습니다.
해당 질문자 말고도 텐인텐 여러분들 중에도 이런 문제에 닥친 분이 많을 듯하여,
저 다운 답변을 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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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세가 인상과 집값반등 분위기로 인해서 유사한 질문이 많습니다. 특히 질문자 같은 유형이 대표적입니다만, 사실 이런 고민은 비슷한 경험을 해봤던 저로서도 매우 딱한 마음도 들지만, 한편으로는 한 생각 바꾸면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합니다.
물론 질문자처럼 세속적인 이해관계를 벗어나서 객관적으로 자기 마음을 들여다볼 줄 모르는 대개의 분들에게는 한 생각 바꾸는 것조차 대단히 어려운 일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한번 시도해볼 만 합니다. 잘만하면 그전에는 보이지 않던 큰 이익이 있으니까요.
전세로 살까 이번 기회에 집을 살까~하며 이럴까 저럴까 고민하는 사람은 지금의 마음상태에서는 어떤 선택을 해도 훗날 그 선택에 대해서 후회할 확률이 높습니다. 이대로 전세형태로 살았을 때 전세살이의 서러움과 전세금 인상의 압박이 있거나 사려던 집값이 오르면 후회할 것이고, 어찌어찌 집을 샀는데 생각보다 집값이 오르지 않거나, 노후한 집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대출원리금상환의 압박이 있을 때마다 전세살이의 유리함이 떠올라서 또 후회하며 괴롭습니다. 이게 우리가 살고 있는 대부분의 인간들의 모습입니다.
그렇지만 똑 같은 선택임에도 그 한 생각을 이렇게 바꾸면 편안합니다.
전세금의 인상도 압박이 되고, 주택구입시의 대출이 스트레스라면 현재 가진 전세금으로 직장에서 더 먼 곳으로 전세 얻어 사는 방법이 있습니다. 출퇴근의 불편함을 유리하게 바꿔생각해보면 아무 일도 아니고, 이사할 때 새로운 환경에서의 적응문제도 자기 유리하게 생각하면 이익이 되는 점도 많습니다.
비록 오래된 일이지만 저의 예를 들어볼까요? 당시 직장은 남대문 쪽이고 살던 집은 버스로 20분만 타면 되는 위치였는데, 집 가까이 대형마트도 가까이 있고, 운동하기 좋은 대학운동장과 한강 둔치도 있어서 당시에는 만족도가 꽤 높았었는데, 주인의 전세금인상요구로 경기 고양시의 다가구주택으로 이사했습니다.
이사간 곳은 전세금은 2/3수준이어서 오히려 돈이 남았습니다만 뭐라도 구입하려면 한참 걸어가야 했고 무겁다 싶으면 자가용을 이용해야 했으며, 주차전쟁으로 스트레스가 이만 저만이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퇴근 후에는 여가시간을 활용하기 어중간해서 술자리도 늘었습니다. 출근할 때에는 일산시내에서부터 승객을 잔뜩 싣고온 버스출입문에 간신히 매달려 출근하기가 일쑤였습니다. 마치 슬럼가 같은 곳으로 이사 왔다면서 어쩌다가 내 사는 꼬라지가 이 모양이 되었나 하면서 짜증스럽기만 했습니다. 그러나 어떤 계기가 있어서 마음을 바꾸어 먹으니 금방 위기가 기회가 되더군요. 오히려 2년 후에 내 집 마련하는데 결정적으로 도움이 되었습니다.
우선 주차하기도 힘드니 애물단지이던 자가용을 처분해버리고, 매일 5시에 일어나서 6시에 출근버스를 탔습니다. 당연히 항상 앉아서 갔으니 독서도 가능하고, 일찍 도착해서는 학원도 다녔습니다. 아무래도 아침잠이 부족하니 밤에 일찍 자게 됩니다. 컨디션 유지를 위해서는 술자리도 줄어들었지요. 퇴근 후에는 근방 초등학교에서 돈 안들이며 운동도 합니다. 중고차매도금과 차량유지비, 줄어든 술값이 모이고, 힘들던 쇼핑횟수도 줄어들어버리니 당초 예정보다 훨씬 이른 시기에 내 집 마련에 성공했습니다. 몸도 좋아지고, 출근도 일찌감치 하고 자기계발도 되고… 꼬라지 한탄하던 조건이 이젠 오히려 유리하게 바뀐 것입니다.
꼭 제 상황이 아니더라도 자기에게 유리하게 생각해버리면 나쁠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질문자는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자기가 유리한 것을 취하면 됩니다. 이러한 마음의 변화를 알고 자유자재로 내 마음을 정할 수 있다면 재벌이나 대통령 따위가 부럽겠습니까?
만약 전세금을 인상하여 계속 전세살이를 하더라도 재산세 안내서 좋고, 대출부담도 덜어서 또 좋고, 집값대세하락 따위로 인한 스트레스 안받아서 좋겠다고 생각하면 되고, 어찌어찌 어떤 곳의 내 집 마련을 하기로 했다면 주인의 횡포 따위 이젠 안받아서 좋고, 잦은 이사비용 없어서 좋겠다 생각하면 됩니다.
질문자에게는 해당되지 않지만, 굳이 고비용을 견뎌내면서까지 남들이 좋다는 지역의 집을 선호하는 짓은 대단히 어리석어 보입니다. 그렇게라도 해서 그런 지역에서 살고 싶다면 전세금을 수 천 만원을 올리더라도 군소리하지 말고 수용하고 살아야 합니다. 만약 그게 불만이거든 서울 외곽으로 이사하면 기존 전세금으로 집을 살수도 있을 텐데요. 가오 안 서게시리 그런 동네에서 살기는 싫고, 그렇다고 욕심을 채우기 위한 도심거주비용은 부담하기 싫고…하는 상호 모순되는 욕심 속에서 허우적거리는 모습이 짠합니다.
이러면 이래서 좋고, 저러면 저래서 좋은… 하는 마음을 먹고 살아가는 사람이 행복한 사람입니다. 그게 자유인이지요. 요즘 물가도 오르고 해서 살기가 아무리 빡빡하다고는 하지만 제3세계의 질병과 기아로 죽어가는 아이들이나, 가까이는 올 겨울 영하 20~30도였을 북한의 인민들 대부분이 옥수수죽 한 끼니도 못 먹고 춥게 지내는 것을 생각하면 우리나라 최하위층도 그들에 비하면 행복합니다. 그들을 생각해보면서 좋은 나라에서 살고있는 내 팔자에 감사할 줄 안다면 신세 한탄할 이유가 하나도 없습니다.
제가 지금 살고있는 이 동네에서도 한 달에 50만원으로도 난방비를 비롯한 의식주를 해결하며 많은 노부부가 온전히 살아갑니다. 이중창도 아닌 허름한 집에서 80세 가까운 나이에도 큰병없이 보험한개 없이도 고된 일도 하시면서 잘 사십니다. 도시에서 월 수백 만원도 부족하다면서 쩔쩔매는 여러분들이야 안믿을 지 모르지만 곁에서 지켜본 저로서는 항상 보고 있는 모습입니다.
질문자가 원하는 대답이 되겠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날고 긴다는 어떤 부동산/금융 전문가도 질문자의 속을시원하게 해줄 해답을 내놓을 수 없습니다. 이런 문제는 돈의 문제도 아니요, 부동산 환경의 문제도, 출퇴근의 문제도 아닙니다.
인생의 거의 모든 문제는 모두 자기 마음의 문제입니다. 부부간의 문제, 친척, 친구, 회사동료 등등 모든 문제가 잘 살펴보면 상대방의 문제나 환경의 문제가 아니라 자기 마음의 문제란 말입니다. 세상의 이치를 모르고, 자신을 비롯한 모든 인간의 어리석은 욕심을 알지 못하니, 마치 눈을 감고서는 왜 이리도 어둡냐면서 아우성 치는 것과 마찬가지란 말입니다.
부디 변해가는 세상의 이치와 인간의 마음의 변화를 공부하고, 어떤 것을 선택하시더라도 그 결과에 항상 만족하는 행복한 삶이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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