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은 지금 긴 산허리에 걸려 있다.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한 속에서 짐승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콩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
붉은 대궁이 향기같이 애잔하고 나귀들의 걸음도 시원하다. 길이 좁은 까닭에 세 사람은 나귀를 타고 외줄로 늘어섰다.
방울소리가 시원스럽게 딸랑딸랑 메밀밭께로 흘러간다.
앞장선 허생원의 이야기소리는 꽁무니에 선 동이에게는 확적히는 안 들렸으나,
그는 그대로 개운한 제멋에 적적하지는 않았다.
-메밀꽃 필 무렵 中
여승은 합장하고 절을 했다
가지취의 내음새가 났다
쓸쓸한 낯이 옛날같이 늙었다
나는 불경처럼 서러워졌다
평안도의 어느 산(山) 깊은 금점판
나는 파리한 여인에게서 옥수수를 샀다
여인은 나 어린 딸아이를 때리며 가을밤같이 차게 울었다
섶벌같이 나아간 지아비 기다려 십 년이 갔다
지아비는 돌아오지 않고
어린 딸은 도라지꽃이 좋아 돌무덤으로 갔다
산꿩도 섧게 울은 슬픈 날이 있었다
산절의 마당귀에 여인의 머리오리가 눈물방울과 같이
떨어진 날이 있었다
미어진 구두와 헌옷 아래
서릿발처럼 매운 고난 속에
아, 슬픔까지가
자랑스러운 즐거움이었던
그들 청년의 행복이 있었다.
내 청춘에 바치노라 - 임화
소녀는 소년이 개울둑에 앉아 있는 걸 아는지 모르는지 그냥 날쌔게 물만 움켜 낸다.
그러나 번번이 허탕이다. 그대로 재미있는 양, 자꾸 물만 움킨다.
어제처럼 개울을 건너는 사람이 있어야 길을 비킬 모양이다. 그러다가 소녀가 물 속에서 무엇을 하나 집어 낸다.
하얀 조약돌이었다. 그리고는 벌떡 일어나 팔짝팔짝 징검다리를 뛰어 건너갔다. 다 건너 가더니만 홱 이리로 돌아서며,
"이 바보."
조약돌이 날아왔다. 소년은 저도 모르게 벌떡 일어섰다.
-'소나기'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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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같이 잘 생겼습니다.
저 인물에 저런 감각까지 타고 나서니..
여자들이 줄을 섰겠지요
충북 옥천에 정지용이 있다면, 강원 평창에는 이효석이 있습니다.
봉평 메밀꽃 흐드러지게 피면 그 향내에 취해
나귀의 방울소리가 들릴것만 같습니다.
흰백에 돌석인데
팬레터 무게가 백석이라서 백석이라는 말이 돌 정도로 최고의 인기쟁이였다고 합니다.
백석의 여승이라는 시를 처음 읽었을때는
그 여인네가 너무 불쌍해서 마음이 미워지더이다..
이름도 비슷한 홍콩배우 임달화..
아니,
라틴계쪽 사람 같기도 하고
군계일학입니다..
별 볼일 없는 시커먼 시골뜨기를 좋아하는 도시여자..
얼토당토 않는 이야기라 생각했지만
황순원이라면 가능했을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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